성명서
대한민국 정부의 정신건강정책은 인간성 파괴와 가족해체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으로만 일관되어 왔습니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고문과 강제적 구금은 당사자를 불신하게 만들고 강압적 방식에 의해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삼곤 하였습니다. 역대 정권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키거나 방관하며 국가의 책무성을 유기하였습니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정신건강정책은 되려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생명을 위협받으며 고립되어만 갔고 가족은 국가의 책임을 대신 져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정신건강정책으로 인해 2008년 10월, 캐나다 난민위원회(IRB)는 한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난민지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 난민위원회가 판단하였던 박해의 주범은 `한국의 정신의료 시스템`이었습니다. 세 차례의 강제입원, 적절한 치료는커녕 그 정신병원에서 겪은 학대와 고문 그리고 비인도적 처우는 캐나다 난민위원회와 연방법원을 움직이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습니다.
캐나다 난민위원회의 난민지위 인정 후에도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4년 대한민국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 CRPD) 최종견해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이 정신장애인을 여전히 고문하고 생존을 위협하며 상당한 해를 입히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은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의 권리를 포용하지 못했으며 정신장애를 이유로 자유의 박탈을 허용하고 장기간 구금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정신병원 내에서 독방에 감금되고 지속적인 구타와 강박 그리고 과도한 약물처방 등 잔인하거나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를 받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정신병원 내에서의 잔인하거나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는 대한민국 정부의 직무유기에 의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감시와 견제가 없는 정신병원은 합법적인 폭력의 공간으로 상당수가 변모했습니다. 의료적 목적 외 광범위하게 제한되는 통신 및 면회의 제한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으며 지나치게 장시간 또는 빈번하게 처벌과 통제의 목적으로 격리와 강박이 시행되며 기저귀를 채우는 등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티반, 할로페리돌 등과 같은 정신과약이 강제로 투약되어 화학적인 강박이 빈번히 일어나며 이로 인한 인지, 기억, 행동 등의 어려움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화학적 강박은 때때로 스스로 옹호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나아가 때때로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외부 진정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인권유린의 현장은 정신병원의 폐쇄성과 치료라는 이름의 방패막으로 여전히 허용이 되고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 CRPD)는 대한민국 정부의 제2차·3차 병합보고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도 재차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정신장애인의 최초 사망과 더불어 20년간 장기 구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우려하며 정신병원에서 신체적, 화학적 및 기계적 강박과 기타 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경고하였습니다. 특히, 향정신성 약물의 사용 및 신체적인 억압을 즉각적으로 중단시키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독립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24년 제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도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정책에 대해 우려를 하였습니다. 특히, 정신병원 등과 같이 자유가 박탈된 모든 장소에 대한 불시 방문 권한을 가지고 독립적이고 비밀이 보장되는 이의제기 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해야 함에도 이와 같은 정책 부재로 인해 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조사하고 처벌하며 피해자를 구제할 수단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국가의 정신건강정책은 당사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퇴원 후 자살률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66.8배가 높고, 등록정신장애인 80%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을 받으며 생계를 근근히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이·미용사 등 정신장애를 경험한단 이유로 제한되는 자격조항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취업률은 10%로 매우 낮고 취업을 하더라도 90% 이상이 불안정 노동자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치료에만 매몰되어 주거, 일자리 등과 같이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밀려나 당사자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동적인 존재로만 생각하는 정신건강 정책에 의해 필요하지 않거나 해가 되는 방식으로 기회가 박탈되고 재활과 치료만이 강조돼 삶의 권리를 잃어갔습니다.
국가의 정신건강정책은 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역시도 상당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책임을 유기하는 동안 가족이 그 책임을 대신 져야만 했습니다. 다른 장애 영역의 경우, 활동지원 및 생활도우미 등 일상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인적 서비스를 정부가 운영 중에 있으나 정신장애인만 소외되어 그 돌봄을 가족에게만 전가하고 있어 때때로 당사자와 가족 간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당사자와 그 가족이 오로지 짊어져야만 하는 구조입니다.
더 이상 생명이 죽어나가는 정신건강 정책을 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고통을 호소하는데 안정제만 맞히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처벌 목적으로 강박을 시행하는 상당수의 정신병원과 그 현상을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제는 정신건강 정책이 정신장애인을 박해하는 주범이 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누구라도 정신건강 위기가 찾아올 때 안전하고 존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위한 근본적인 정신건강정책 제도개혁이 시급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반인권적 제도와 정책은 시민의 힘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시킨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정권도, 정신병원도 아닌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생명과 권리를 옹호하는 각계 시민·노동·당사자·가족단체 등 오늘 모인 단체들은 ‘정신병원개혁연대’를 출범합니다. 우리들은 정신건강정책을 반인권적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무책임과 국회의 입법 소홀에 따른 부작위를 저지하고 천부적인 생명의 존엄성과 권리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이에 정신병원개혁연대는 정신병원에서 생명이 죽어나가야만 하는 것을 두고만 보는 정신건강 정책을 개혁하고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격리 및 강박 후 상해 및 사망 그리고 2차적인 트라우마, 정신병원 내 인권유린으로 인한 당사자의 삶이 파괴되고 또 국가와 국회의 직무유기로 가족이 해체되는 실정을 바로잡을 것입니다. 반드시 정부와 국회에 그 책임을 묻고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 정책이 대전환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정신병원개혁연대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병원 내 강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병원 내 비강압적 치료를 적극 도입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정신병원을 모두 폐쇄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정신병원의 책임자와 담당의사를 처벌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과약물 과처방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당사자가 위기시 쉴 수 있는 동료지원쉼터를 확대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비자의입원제도를 국제적 인권기준에 맞게 개선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정책 전환을 선포하라.
2024. 08. 23.
정신병원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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