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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병원 생존자 전원 규탄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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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성명서_보건복지부는 반구대병원 생존자에게 다시 ‘종신형’을 선고했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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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반구대병원 생존자에게 다시 ‘종신형’을 선고했다.
수십 년의 수용 끝에 열린 출구를 봉쇄하고 사회적 사형선고를 내린 정부를 규탄한다!
2026년 9월 3일 반구대병원은 폐원했다. 반구대병원에 남아 있는 생존자들은 폐원 전날 전국의 정신 병원으로 또다시 흩어졌다. 반구대병원은 치료적 기능을 상실한 인간 수용소였고, 장애인 등 힘없는 사람들의 무덤이 된 집단 수용소였다. 현대판 홀로코스트 그 자체였다. 반구대병원 안에서는 끔직한 그 병원보다 나은 교도소를 가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폭행이 일상화되어도 법이 작동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그 공간을 나오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그 모든 폭력과 비인도적인 장면들을 본 180여명이 죽음의 냄새가 나던 정신병원으로 또 재수용되었다.
수많은 죽음과 인권침해 끝에 반구대병원은 마침내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비열한 방법으로 폐원을 선택했다. 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역사회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기대했을 180여명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병원의 문이 마침내 열렸지만, 그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유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는 수십 년의 수용 끝에 열린 출구를 스스로 봉쇄하고 남은 생존자들에게 사회적 사형선고를 내리고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 형에는 ‘판결문’도 없다. ‘형기’도 없다. ‘출소일’도 없다.
정신적 상태와 독특한 현실 세계를 경험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돌아갈 집과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가 죄다. 우리가 태어난 것이 죄다. 있지 않아야 할 우리들이 이 사회에 있어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 그것 말고는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장애를 경험하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서른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되고, 쉰 살이 되었다. 밖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취업을 하고, 사랑을 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집을 구해 살아갔다. 여행들도 떠났다. 누군가는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며 직장을 그만두기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도 했다. 세상은 그렇게 계속 흘러갔다. 그러나 정신병원 안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정해진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드는 삶. 오늘 누구를 만날지, 무엇을 먹을지, 언제 밖으로 나갈지, 누구와 살지, 내일 무엇을 할지조차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삶이었다. 누구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허락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의 현관문을 여는 일, 내 방에서 혼자 잠드는 일, 밤의 편의점에 다녀오는 일, 먹고 싶은 것을 사 먹는 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를 보내는 일, 실패하는 일, 다시 시작하는 일, 그러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 모든 평범한 일상 그 자체가 정신병원 철문 안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장기수용이다. 사람의 몸만 한 장소에 가둬두는 것 이 아니다. 한 사람에게서 청춘을 빼앗고, 관계를 빼앗고, 선택을 빼앗고, 가능성을 빼앗고 마침내 그 사람 스스로 삶을 만들어갈 기회 자체를 빼앗는 것이다. 누가 과연 그것을 빼앗을 수 있을까?
반구대병원의 폐원은 그런 사람들에게 어쩌면 수십 년 만에 처음 찾아온 출구였다. 집단 수용소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폭력으로 맞서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어둠 같은 공간에서 어느 순간 잃어버린 나갈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진 지금, 그렇게 찾아온 출구였다. “이제는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집에서 살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내 방에서 살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직 내 인생이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등등의 그 작은 희망이 보건복지부에 의해 막혔다.
보건복지부는 희망 앞에 또 다른 정신병원의 철문을 세웠다. 그리고 생존자들을 그 철문 뒤로 다시금 밀어 넣었다. 수십 년 동안 갇혀 있던 사람에게 자유를 다시 빼앗았다.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종신형, 사회적 사형선고가 다시 내려졌다. 판결문조차 없는 선고의 이유는 ‘장애’였다. 이것이 이번 집단전원 의 잔혹함이다.
보건복지부는 말할 것이다. ‘갈 곳이 없었다’, ‘입원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지역사회 자원이 부족했다’, ‘전원이 불가피했다’ 등등 핑계를 늘어놓는다. 그 불가피함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그 불가피함으로 반구대병원이 존재하게끔 허락하고, 반구대병원에서 한 인간의 일생을 빼앗아갈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수십 년 동안 정신병원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집을 충분히 만들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 입원비는 지불하면서 지원주택과 활동지원, 개인별 돌봄, 동료지원, 24시간 위기지원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 정신병원을 나오면 살아갈 곳이 없도록 방치해놓고, 이제 와서 ‘갈 곳이 없으니 다시 병원으로 가라’고 말하는 자가 누구인가.
바로 보건복지부다. 한 인간의 생을 나올 수 없는 지옥으로 밀어 넣은 주범의 입에서 ‘불가피하다’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정부가 만든 절망을 근거로 다시 사람을 가두는 것이 어떻게 보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 보호는 누구를 위한 보호인가, 그 안에 갇혀 살아온 사람들의 수십 년의 시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는가.
우리는 이미 전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주거와 지원을 제공하고, 다른 정신병원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요청과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사정했다. 그 결과가 다른 정신병원으로의 전원이었다. 180여명의 삶을 지원하기보다는 다른 정신병원의 빈 병상을 찾는 것이 정부에게는 더 쉬웠다. 그 행정적 편의를 위해 또 누군가의 남은 생은 다시 병원에 반납되었다. 우리는 결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
반구대병원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또 죽었다. 그런데 남겨진 사람들은 병원을 나가지 못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대한민국 정신건강 정책의 실체는 충분히 드러난다. 사람이 죽어도 수용은 살아남았다. 병원이 사라져도 수용은 살아남았다. 수용 체계를 끝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병원과 병원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환경에서 태어난다. 또 누군가는 다양한 정신적 상태와 장애를 경험한다. 이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큰 죄가 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죽음으로 밀려 나간다. 그것을 막아달라는 힘없는 우리의 애원을 무참하게 밟아버렸다. 우리에게 닥친 그리고 닥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재앙을 방치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저주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대한민국 정신건강 정책의 최종 책임부처다. 그런데 사람이 죽은 병원의 폐원이라는 중대한 순간에조차 정부는 정신병원 밖의 삶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만들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생존자들을 수용할 다른 장소를 찾기 급급했다. 왜 이 나라에서는 사람을 가두는 일은 가능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살게 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왜 정신병원 한 자리를 찾는 것은 가능하면서 그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왜 병원에서 살아갈 비용은 국가가 책임지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비용은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는가!
“전원 완료” 그 네 글자를 저주한다. 한 인간의 희망이 밟히고, 새로운 삶의 길이 가로막혔다. 그 위에 찍힌 네 글자는 “전원 완료”가 아니라 “처리 완료”이지 않는가! 도대체 우리에게 얼마나 더 빼앗아야 하는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몇 년을 더 가져가야 만족하겠는가. 죽기 직전까지 병원에 있어야 형기가 끝나는 것인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라도 설명을 해달라.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반구대병원 생존자 전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공식 사죄하라! 하나. 전원된 생존자를 즉시 다시 찾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의사를 전수 확인하라! 하나. 단 한 사람도 정신병원에 남겨두지 마라! 주거, 소득, 활동지원, 동료지원, 위기지원 등 필요한서비스와 국가와 지방정부가 직접 마련하고 즉각 퇴원과 지역사회 전환을 시작하라! 하나. 정신병원 장기입원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공적 재정을 지역사회 주거와 개인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재원으로 전환하라! 하나.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국 정신의료기관 장기입원자 실태조사와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 마련을 이행하라!
이제는 제발 사람을 풀어줘라. 병원이 아닌 집으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 우리의 잃어버린 인생을 돌려달라.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지 않게 만들어달라. 제발 우리를 죽이지 말고 살려달라는 애원을 하지 않겠다.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애원을 보건복지부는 짓밟았다.
국가가 빼앗은 자유를 반환하고 빼앗은 삶을 돌려놓으라고 명령한다. 우리의 존재가 죄라면 우리의 죄목을 밝히고, 입원이 형벌이라면 판결문을 내놓아라. 장기입원이 형기라면 출소일을 밝혀라.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면, 당장 사람을 풀어줘라. 더 이상 우리의 청춘과 생을 병상 위에 처박아두지 말아라.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수용되기 전에 국민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보건복지부의 처분 대상이 아니다. 2026년 9월 3일 반구대병원이 폐원했으나, 진짜 폐원해야 되는 것은 대한민국 수용정책이다. 그것을 끝내지 않는 한 반구대병원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2026년 9월 3일
울산반구대병원공동대책위원회
★반구대성명서_보건복지부는 반구대병원 생존자에게 다시 ‘종신형’을 선고했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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